"유니콘 되자"며 대기업 사업부 인수한 직방ㆍ토스ㆍ런드리고…살 땐 싸게, 평가할 땐 비싸게?
입력 2022.02.21 07:00
    인수 당시에는 사업부 '이익' 기준으로 밸류 산정 해 사온 뒤
    추후 전체 기업가치 평가할 땐 주가매출비율(PSR)로
    '멀티플 아비트리지' 비판…'고밸류' 논란도 빚어져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직방ㆍ토스ㆍ런드리고 등 스타트업 출신으로 시장에서 밸류를 인정받은 기업들의 '대기업 사업부' 인수가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이들의 인수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해당 사업부를 인수할때 가치 산정평가와 인수 이후 가치평가에 대한 배수 '뻥튀기' 이슈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멀티플 아비트리지'(Multiple Arbitrage) 논란이다.

      이로 인해 이들의 대기업 사업부 인수가 결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관련 회사들은 "시너지효과를 위해 인수했고 밸류에이션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운영회사 의식주컴퍼니가 아워홈의 세탁관련 사업 ‘크린누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 최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 역시 지난달말 삼성SDS의 IoT(사물인터넷) 사업부문을 약 인수하기로 했다. 매각가격은 약 1000억원으로 전해졌다. 2019년 토스가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문을 인수한 지 약 3년 만에 스타트업의 대기업 사업부 인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전에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일반적인 거래 형태였던 만큼 해당 사례들은 업계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VC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집어삼켰다’며 상징적인 사건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규모나 자금 동원력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살펴보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전통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생기는 밸류 차이를 스타트업들이 그대로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들 회사는 대기업의 전통 사업부문을 사올 때는 통상 상각전영업이익 기준인 EV/EBITDA나 순이익 기준인 PER(주가수익비율)로 가격을 매긴다. 반면 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해당 스타트업의 전체 기업가치를 매길 때는 PSR(주가매출비율) 또는 GMV(총거래액)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순이익이나 EBITDA를 기준으로 밸류를 산정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이 차이로 인해 대기업 사업부문을 인수한 스타트업은 단번에 기업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다. 

      일례로 한 스타트업이 인수한 사업부문의 매출이 100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이 5억원이라 가정할 경우. PER 기준 5배를 받았다고 하면 해당 사업부문의 밸류는 대략 25억원이다. PSR 기준으로 같은 배수를 적용하면 인수하는 스타트업에 부가되는 밸류는 단순 계산으로 500억원 수준이다. 인수 대상의 기업가치와 인수 직후에 더해질 밸류의 차이가 스무 배가량 나는 셈이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를 매기는 배수(Multiple)에서 일종의 차익거래(Arbitrage)를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토스가 인수했던 LG유플러스 PG사업부문의 거래가격은 약 3650억원으로 EV/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방식이 쓰였다. 당시 해당 사업부문은 상각전영업이익 약 300억원에 EV/EBITDA 배수 약 8~10배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S IoT 사업부문 역시 비슷한 밸류 측정 방식이 적용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은 대략 1000억원 중반대, 매각가격은 약 1000억원 수준인 만큼 배수가 1배 미만이어야 하는 PSR이 쓰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인수 과정이 그간의 경쟁적인 업계 내 ‘몸값 부풀리기’를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를 통한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채 검증되기도 전에 단순히 매출 지표의 산술적인 합산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탓이다. 가뜩이나 그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열에 오른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덩치가 커진 만큼 더 이상 다음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성장 전략은 불가피하다. 결국 스타트업으로서도 세부적인 PMI(인수 후 통합) 전략보다는 즉각적인 매출 증대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멀티플 배수를 더 받는 기업이 배수가 낮은 회사를 인수할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로 즉각적인 밸류 차이가 인정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라면서도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스타트업이 대기업(사업부문)의 인수 주체라는 사실만으로 높은 배수를 적용받는 것은 의아하다. 관리수준,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반대의 사례가 자연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대기업과 거래를 마친 스타트업들은 유독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분은 오픈을 꺼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안성우 직방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삼성SDS IoT 사업부문의 밸류에이션과 관련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런드리고는 아워홈 세탁사업의 인수가격을 비공개에 부쳤다. 인수 사실이나 배경, 향후 전략에 내용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가격 내용은 함구하는 것 역시 이런 시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대기업 사업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인수합병 사례와 맞물려 ‘고밸류’에 대한 우려가 업계 내에서도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실제 딜을 검토할 때 보수적인 밸류를 제시하면 클럽딜(다수 하우스가 참여하는 투자)에서 제외되기도 해 가격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직방은 "그간 하드웨어 역량 강화를 고민해오면서 (삼성SDS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에만 고려하였다"라며 "매출 증가나 이에 따른 직방의 밸류에이션 등은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토스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결제 서비스 산업에 혁신을 만들고자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를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런드리고 운영사 의식주컴퍼니는 "런드리고는 이전부터 B2B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번 인수 역시 신사업 확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